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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2022-07-13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김연아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돌봄 위기에 직면했다.


첫 번째 위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이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과거와는 다른 대응책이 요구됐다. 돌봄 수요도 증가하고 건강보험 노인진료비 등 사회복지재정 부담도 가중되는 복지국가의 딜레마를 극복할 만한 수준의 대안이 필요해졌다.


두 번째는 결과의 여파를 예견하지 못했기에 충격이 더 컸던 코비드 위기다. 대인 접촉이 제한되면서 장애인, 노인, 아동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어쩔 도리 없이 돌봄 공백에 노출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에 기반한 집단적인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유효 하지 않았다. 학교, 동주민센터, 돌봄센터 등 공공기관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공적 돌봄의 광범 위한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더욱이 이러한 위기는 종식되지 않고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 배적이다. 전 국민의 일상생활을 바꾸어 놓은 팬데믹 위기는 돌봄 서비스가 실제로 작동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동적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지역 공동체 돌봄의 필요를 높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 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에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 봄, 독립생활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정책”이다. 단순히 돌봄 서비스를 늘리거나 기존의 복지 전달체계에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는게 아니라, 병원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사회서비스 확충 이상의 혁신적 성격과 의미를 지닌다.


재가서비스의 확대와 분절된 돌봄 서비스의 통합적 연계, 복지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자 원의 참여와 협력, 시설과 병원의 기능 전환 등 전에 없던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이 정책의 핵심은 초고령사회에도 지속가능한 새로운 돌봄 시스템을 생활권 단위에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작동 하는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도시재생사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히려 현재 탈시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비하면,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통합돌봄은 그 대상을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필요한 노인·장애인에서 마을에 거주하는 모든 성인과 아동으로 확장하며 지역사회의 포용력과 재생력을 높인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나 도시재생사업이나 결국 이 두 정책 사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같 다. 주민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주택뿐 아니라 이용하는 근린시설, 노인과 장애인도 이동이 편안한 보행환경,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공동체 활동 등이 보장되지 않는 다면 결과적으로 시설과 병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렵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재가서비스 확충이 아니라 지역사회 복지 증진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서비스 혁신의 확장판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주민 생활에 필요한 거점공간을 마련하고 그 관리와 운영을 주민공동체가 담당하는 등 주민 참여와 공동체 자치에 기반한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도시재생은 과거 노후된 주택과 시설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사회 주민 삶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활동으로까지 진화했다. 그 러나 한정된 규모의 재원, 기간을 전제로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회서비스 혁신이 요구 하는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간 여러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지구에 돌봄거점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사 업 수행기간 종료와 함께 임대료, 사업성 등을 이유로 주민활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주민의 필요를 확인하고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는 주민공동체의 실험은 단지 지원기간 동안만 유효한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마을 공동의 자산으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공간은 추후 사라지거나 기껏 잘해야 임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은 담당사업의 수행기관으로서가 아니라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 자 주체로서 도시재생사업과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연계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기초지자체는 물론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함께 주민공동체 활동과 공유공간을 활성화하는 장기적·단계적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자. 이는 지역의 재생력을 높이는 일이자 돌봄의 시장화에 맞서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하여 마을 돌봄의 공공성을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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