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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주거지 집수리 및 골목환경 개선사업 필요성

2023-05-25


(주)동네목수 대표 박학용






저층주거지 집수리 및 골목환경 개선사업 필요성


살던 집, 낡은 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오래되고 낡았다고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만 할까?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장씨는 지은 지 50년이 지난 단독주택을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수리하였다. 외벽 단열재를 보강하고, 창문도 교체하였더니 외벽의 단열 성능은 80% 이상, 창호의 단열과 기밀성능은 70% 이상 좋아졌다. 집수리 전에 비해 에너지 절감율이 49.8%인데, 태양광 패널을 49평이나 설치하는 효과라고 한다. 집수리 전에는 월 64만원이던 냉난방 등 에너지 비용이 집수리 후에는 월 32만원 수준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3~4년이면 자부담 비용을 뽑고,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았더라도 6~7년이면 공사비를 전액 회수할 수 있다. 공사비 절반은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절반 자부담한 비용은 3~4년만에 회수할 수 있고, 쾌적한 주거를 얻었으니 이만한 투자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흔히 집을 삶을 담는 그릇, 삶을 떠받치는 교각, 재충전을 위한 안식처 등으로 표현한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집에는 점점 더 많은 역할이 주어졌다. 재택의 확산으로 업무, 학습, 방역과 치료 등 개인의 휴식공간을 넘어서 사회적 역할을 병행한다.


한편, 주거격차는 디지털화, 무인화의 확대에 적응의 차이를 낳고, 새로운 고용과 소득의 불평등과 양극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고립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한파, 미세먼지 등 재해와 환경악화가 주거취약계층의 안전과 건강에 더 큰 피해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거의 본질적인 가치는 건강성, 안전성, 쾌적성인데, 주거공간과 문화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계층은 주거의 본질적인 기능마저 위협받는다


노후주택의 문제는 애초에 낮은 초기성능으로 건축된 점이다. 재개발재건축 위주의 주택공급정책으로 주택개량, 리모델링 시장 형성이 미흡하여 낮은 초기성능 개선 부진했던 탓이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의 양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경제의 고도성장과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요구성능 수준이 빠르게 변화하여 신축주택과 성능격차가 크다.


향후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1인가구의 증가로 재개발재건축보다 기존주택의 개량과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것이다. 기존 주택의 개량과 성능개선으로 수명을 늘리는 일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막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집수리와 성능개선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서울, 수원, 광명, 인천, 전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천안시도 재개발 정비사업이 해제되거나 정체된 곳이 많다. 노후주택의 개량과 관리가 정책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개발을 못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정책전환을 통해 빠르게 다가오는 저성장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재개발과 같이 대규모로 물리적공간을 해체하는 일은 그 공간을 생존기반을 살아가는 많은 존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선택지가 많은 이들은 큰 충격 없이 생활기반을 이전하겠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는 다수의 사람들은 위기로 내몰린다. 어떤 이들에게는 정서적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커뮤니티가 해체되고, 정책과 제도로 포괄하지 못하는 상호돌봄 관계망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집수리 지원정책은 재개발과 달리 도시조직의 보존과 관리를 통해 주거다양성을 보호하고, 다양한 삶의 양식을 존중하는 주거환경 조성의 주요한 수단이다. 다양한 계층에 부담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은 단순히 개별 주택의 성능에 국한할 수 없으며 집을 근거지로 한 생활권 인프라 개념으로 확장해서 사고해야 한다. 담장너머 골목환경개선과 생활인프라 확충을 같이 진행한다면 집수리의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그 동안 재개발로 묶여 유보했던 주택개량, 주거환경개선, 생활인프라 확충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출발이다. 타지역 모범사례 벤치마킹도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 먼저 재개발 해제지역의 주거와 생활환경, 생활인프라의 상태와 주민수요를 면밀히 조사하여 정책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조사 없는 정책은 없다.


집수리 지원사업을 진행한 사례들을 보면 지원 예산의 대부분이 지역 소상공인인 동네 집수리 업체로 소비되었다. 집수리지원사업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 민생정책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옛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이다. 천안시의 과감한 집수리지원 정책 드라이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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